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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개인전 still lives; small voices

전시기간: 2009. 12. 5- 12. 20
| 관람시간 / 11:00 ~ 19:0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2009. 12. 8() 6
전시장소: 인사미술공간 |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 www.insaartspace.or.kr
주요매체: 비디오 / 설치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

still lives; small voices

still lives; small voices는 쉽게 지나쳐버리는 매일의 한 순간을 들여다보고, 그 뒤에서 숨겨진 일상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시이다. 어느 날 본 어머니의 푸석푸석한 뒷모습을 통해 어머니의 피곤을 느꼈던 것처럼 너무나 익숙해서 쉽게 간과해버린 일상의 소재를 미술안팎으로 끌어내고자 함이 작업의 시작이다.

전시공간에 최소로 제한된 시각자료는 작은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되어있다. 3개 층 전체는 모두 내부의 떨림과 그로부터의 목소리 내기인데, 관람객은 반복된 일상에서 뒤로 미루었던 개인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보게 된다. 집안일을 하면서 부르게 되는 흥얼거림이나 반복된 일상, 피로를 느끼고 잠시 쉼을 청하는 집안의 장소, 손짓 그리고 콧노래 등… 이러한 습관 뒤에는 바깥으로 내지 못하는 안의 작은 목소리들이 있다. 본인은 still lives; small voices에서 하루의 무덤덤한 한편을 객관적인 기록지처럼 기록하고, 삶의 테두리 안에서 한발자국 나와 살펴보고 그 울림을 상상하였다.

매일의 삶에서 한 주체는 이따금 자신의 존재를 나중으로 미뤄두고 누군가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도, 그/그녀가 남기는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 공중에 부유하던 자신의 조각도 본연의 실체였음을 상기한다. 가정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르게 눈은 바깥으로 향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인사미술공간 1층의 작업들, <Washing Dishes>. <On Her Own Birthday, 22 Oct 1941> 그리고 <Her Grey Hair>에서 그 하루 중 어느 순간을 자연스럽게 나타냈다. 집안 일 중간 중간에 밖으로 향하는 그녀의 눈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잡았으며,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는 손을 통해 오후의 쉼을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설거지를 하는 손을 통해 '나'는 없어지고 필요에 의한 손만 남은 애니메이션을 선뵈었다. 그 누군가는 자신의 몸을 잃고 남겨진 무형 유형의 사물로 자신을 나타낸다. 어둑해지는 저녁 시간에 쇼윈도에 비쳐진 모습은 주변의 주체의 어두움이 하나로 합쳐지고 밝은 면만 남는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누군가의 어두운 자켓과 뒷머리는 공간 속에 스며 녹아 들고, 그가 붙잡고 있는 흰 빛 찻잔과 신문만이 배경으로 스며들지 않고 남아있다. 어두운 배경에 동화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잃어버린 몸은 허공에 떠 있는 물체처럼 혹은 평면화 된 도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공간과 주체의 그 경계선의 모호함은 때로는 이것이 본래 누구의 몸이였는지도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The Girl I left behind me.
길을 걷다 보면 보수나 구조 변경의 이유로 기존의 창문을 벽돌로 막아 버린걸 볼 수 있다. 누구나 어릴 적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본인에게 있어서 벽 뒤로 무언가 불안한 존재가 갇혀 있거나 숨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은 에드가 엘런 포의 <검은고양이>때문이다. 이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장 꼭토의 <오르페우스> 등을 통해 저 단단한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겠지 하는 상상은 끊이지 않았다. 제조 시기가 다른 벽돌과, 새 벽돌과 마모된 벽돌 사이의 현저한 차이는 이것이 닫힌 문이며 동시에 비밀의 벽이라는 상상을 더 극대화 시켰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 벽으로 돌진하여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것처럼 이 닫힌 벽도 그 너머에 뭐가 있을까? 누군가 빠져 나오지 못하게 담을 쌓아 올린 건 아닌가 길을 걸을 때마다 상상을 한다. 본인의 이러한 상상을 인사미술공간의 지하 공간에 시각화하였다. 관람객은 아무것도 없는 지하 공간에 내려와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쫓아 벽 가까이 와 일상의 중얼거림에 자연스럽게 집중한다. 벽 뒤로 웅크리고 앉아 있을지 모르는 작은 소녀가 저 닫혀진 문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Whispering Wall
커다란 흥밋거리에 가려버린 개인의 목소리는 내뱉을 곳을 찾지 못하고 안으로만 붙잡고 있기 일쑤다. 1층의 작업들이 손짓에 주목하였다면 2층 작품 Whispering Wall은 한 사람의 3년간의 이야기와 생각을 그녀의 호흡의 속도대로 듣는 작업이다. 전시공간이 관람객의 움직임을 물결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간을 넘나드는 관람객도 어두운 방과 방 사이를 지나가며 벽 속의 울림을 듣는다.  이 작품은 ‘관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공간을 입고, 공간을 느끼고, 공간을 입는 커다란 ‘공간’이라는 작품 안으로 흡수되는 것이다.